현대사회에 들어와 스포츠와 대중매체가 공생적 관계를 형성함에 따라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각종 국제대회는 공개된 무대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 경쟁자간에 약점과 결점이 노출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개발도상국 대 선진 산업국가 등이 포함된다.
1) 정치현상으로서의 국제 스포츠
일반적으로 세계 각 국은 국제수준의 스포츠를 통하여 국가의 정치권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는 데 정치현상으로서의 국제 스포츠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1. 정치도구로서의 기능
국제사회에서 스포츠는 국가간의 이해 및 우호증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197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미국과 중국간의 탁구외교를 들 수 있다. 즉 동서간의 이념대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시점에 스포츠를 통해 양국간의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이후 국제정치 질서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통일 독일 이전의 구 동독은 스포츠를 외교관계 수립의 기회로 활용한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즉 구 동독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하여 올림픽을 포함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많은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쿠바의 적극적인 야구경기 지원이나 아프리카를 포함한 제 3세계 국가의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 등은 국가간 교류를 통해 외교 관계 수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 국내문제를 반영하는 사회,정치적 반사경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러 국제 스포츠 무대를 중심으로 자주 발생하는 선수 및 스포츠 관계자의 정치적 망명이나 올림픽이나 국제 스포츠 대회희 개최를 통하여 자국의 국내문제를 반전시키려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예컨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육상선수들은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치켜들며 침묵의 시위를 벌임으로써 미국 내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3. 국가의 침략적 공격성의 배출구
국제사회에서 스포츠는 각 국의 이해와 관련하여 침략적인 공격성을 배출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1969년 월드컵 축구 남미지역 예선전에서 벌어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간의 축구전쟁을 들 수 있다. 양국은 축구경기 전부터 장기간 동안 정치적, 경제적 분쟁 상태에 있었다. 월드컵 축구 출전 대표팀 선발을 위한 세 차례의 최종 예선전에서 양 팀은 경기 때마다 홈팀의 관중이 방문 팀의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세 차례의 경기 끝에 온두라스가 지역대표 팀으로서의 출전 자격을 획득하기는 하였으나 이에 불만을 품은 엘살바도르가 군대를 이동하여 온두라스의 국경을 침범함으로써 양국간의 전면전이 발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1969년 소위 '프라하의 봄'이라고 알려진 체코에서의 반 소련 폭동과, 1972년 뮨헨 올림픽 경기에서 발생한 아랍 게릴라 집단의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테러사건을 들 수 있다.
4. 국가 경제력 공개의 터전
국제 스포츠가 경제력 과시의 장으로서 이용된 경우는 특히 올림픽 대회에서 두드러진다. 올림픽 대회의 규모가 점차 비대해짐에 따라 올림픽 개회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양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 뮨헨, 몬트리올, 모스크바, 로스앤젤레스, 서울, 바르셀로나, 아틀란타 등 최근에 개최된 올림픽 경기대회에서 지출된 개최국의 재정비용은 올림픽 경기가 거듭될 수록 천문학적인 수치로 증가하고 있다.
5. 민족주의의 진원
스포츠 장면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 현상은 올림픽 경기나 각 종목별로 거행되는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월드컵 축구대회 등을 통해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즉 정치적 위상이 비교적 우월한 국가가 올림픽 경기 종목을 선택하거나 특정 종목의 경기 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약소 국가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강요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 올림픽 경기와 정치
올림픽 경기는 정치적 견해 차이를 발표하는 자연스럽고 공공연한 장소가 되어 왔다. 스포츠와 정치의 상호작용이 하계 올림픽 경기만큼 단단히 얽혀 있는 곳도 없다. 이에 반해 동계 올림픽은 참가국의 수도 적고 텔레비전 방영도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논쟁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하계 올림픽의 경우에 있어서는 각 대회별로 항상 정치적인 이슈가 등장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키곤 한다. 이러한 정치적 논쟁은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표방하기 위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한 이래로 사실상 하계 올림픽에 만연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올림픽 경기의 아마추어 정신과 이상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국제 올림픽 위원회의 위원장 브런디지는 1956년 올림픽에서 정치적인 이 유로 6개국이 탈퇴한 후에 "이들 국가들의 결정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중의 하나인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고 언습했다. 그러나 이러한 올림픽의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서울 올림픽 이후 개발도상국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서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올림픽은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국가들로부터 자국의 정치현상을 과시하는 전시장이 되고 있다. 한편 올림픽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제경기는 국가적 동질감을 중대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민족주의는 팀을 선발하고 선수들에게 단일한 유니폼과 국기를 마련해 주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에 의해서 조장되고 있다. 사실 국가의 성공 목표는 국가간의 평화와 우호에 공헌하자는 올림픽의 목표와 양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올림픽은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1986년에는 연속해서 3년 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이러한 지명의 원인은 IOC가 각각 다른 정치적 관점을 가진 국가들에게 우호적 경쟁을 위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간의 유대를 증진시켰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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